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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30 09:17

성주간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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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이 여자를 그냥 놔두어라. 그리하여 내 장례 날을 위하여 이 기름을 간직하게 하여라.


복음: 요한 12,1-11


< 의로움이란? >


그녀의 편지

저에게는 소중하게 간직 하고픈 사랑이 있습니다. 작고 어린 소녀지만 언제나 저에게 많은 사랑을 준 그 아이.. 그 아이는 저보다 세살 어린 소녀였습니다. 그때 미정이는 고등학교 2학년생이고 저는 21살의 청년이었습니다. 이름은...미정... 지금도 그 이름을 들으면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제가 이토록 미정이를 사랑하는 이유는...

제가 입대를 일주일 앞둔 날이었습니다. 미정이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너무나 막막했습니다. 미정이는 마음이 너무나 여린 아이였습니다. 저는 큰 결심을 하고 미정이에게 말했습니다. 기다려 달라는 말을... 미정이의 맑은 눈에서 너무나 많은 눈물이 흘러 내렸습니다.

그리고는 미정이가 하는 말이...

“내가 18년 동안이나 오빠 만나기를 기다렸는데 그깟 2년 못기다리겠어...”

미정이는 웃으면서 이 말을 저에게 했습니다. 그러나 눈에서는 변함없이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뒤 미정이와 저는 논산으로 갔습니다. 훈련소로 들어가기 전에 다시 한 번 미정이에게 기다려 달라는 말을 했습니다. 미정이는 애써 눈물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오늘따라 미정이의 눈물이 너무나 슬퍼 보였습니다.

가끔 소포도 오고... 사진도 보내 오고.. 그러나 면회는 오지 않았습니다. 미정이 말이 “내가 면회 안 가는 이유는 오빠의 군대 가기 전 그 모습을 간직하고 싶어서 그래... 지금 오빠는 많이 지쳐 있고 힘들어 하잖아.. 나 오빠 그런 모습 보면 눈물이 날 것 같아.. 그러니까 오빠도 휴가 나오더라도 나 찾지 말고.. 알았지?”

그랬습니다. 저는 미정이 마음을 이해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휴가도 다 반납한 채 그렇게 2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제대를 1주일 앞둔 날... 내무반 선임하사의 추천을 받아 휴가를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면 바로 제대를 할 수 있게 배려를 해주셨습니다. 저는 너무나도 기뻤습니다. 드디어 미정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미정이가 있는 용인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수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미정이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친구들 말이 제가 입대하고 이틀 뒤에 미정이가 뇌종양으로 죽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미정이는 제가 슬퍼할 것을 알고 제게 비밀로 하고 제대할 날을 숫자로 세어 천 통이 넘는 편지를 다 쓰고 하늘나라로 가 버린 것이었습니다. 편지는 친구들에게 부탁을 하고...

미정이를 떠나보낸 강가에 갔습니다. 한참을 거기에 서있었습니다. 눈물이 났습니다. 훈련소로 들어가던 날이 문득 생각났습니다. 그날따라 미정이의 눈물이 왜 그리도 슬퍼 보였는지.. 한참을 서 있다가 주머니에서 편지를 꺼내 강가에 띄어 보냈습니다.

“미정아! 이제 오빠 제대해.. 우리 미정이 기쁘지? 오빠 힘들 때마다 미정이 생각하면서 참았어.. 이제 하루만 참으면 된다.. 아! 처음이라서 쑥스럽다. 오빠 편지 같은 거 태어나서 처음 써 보는 거잖아.. 그럼 조금만 더 기다려.. 알았지? 참! 잊을 뻔 했네.. 한 번도 말한 적 없었지? 나 너 사랑해!”

간절히 기도 했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쓴 편지를 미정이가 꼭 읽어 볼 수 있도록.. 부대로 돌아 왔습니다. 짐 정리를 하고 있는데 일병하나가 오더니 편지를 건네주었습니다. 편지 봉투에 쓰여진 말이 저를 너무나도 아프게 했습니다.

“오빠 미정이... 오늘이 오빠 제대하는 날이구나.. 오빠 제대해서 늠름해진 모습 보고 싶었는데... 먼저 미안하다는 말을 할래.. 진짜 미안해..말도 안하고 가서.. 나 용서해 줄 거지? 오빠 나 용서해줘... 오빠도 미정이가 슬퍼하는 거 싫어하잖아.. 미정이두 오빠가 나 때문에 슬퍼하는 거 싫어... 오빠..나 부탁이 있는데.. 나 없다고 밥 거르지 말고.. 절대로 아프면 안 된다.. 알았지? 그리고 나 잊어줘. 난 오빠가 나 때문에 괴로워하고 힘들어 하는 게 너무 싫다. 알았지? 약속했다. 참! 잊을 뻔 했네... 한 번도 말한 적 없었지? 나 오빠 사랑해...”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그랬습니다. 그리고 보니 미정이도 제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저는 미정이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아직도 미정이를 잊지 못하니까요... 미정이가 그리우면 저는 눈을 감습니다. 그리고 눈물이 흐르면 그게 미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독 눈물이 많은 아이... 제가 다가가 손을 잡으면 얼굴이 금세 붉어지는 아이.. 지금 미정이가 살아 있다면 21살이 되었을 텐데.. 저를 그토록 사랑했던 미정이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저는 이제 24살의 성숙한 남자가 됐습니다. 아직까지 미정이를 잊지 못하는 이유는... 지금도 눈을 감으면 눈물이 흐르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꾸며낸 글일 것 같은데 그래도 감동을 주는 이유는 그 안에 진리를 담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미정이는 자신의 죽음과 자신이 쓴 생명과도 같은 천 통의 편지로 이 글을 쓴 사람 안에 살게 되었습니다. 모든 음식이 살아서는 그 사람 안에 들어가서 살과 피가 되지 못하는 것처럼, 누군가도 내 안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반드시 죽어야만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그 사람 안에 들어가면 살과 피가 되어서 그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정의란 값을 치르지 않고서는 어떠한 것도 얻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인간의 구원은 오직 그리스도의 피로써만 가능하다는 것이 정의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한다는 것이 정의라고 여깁니다. 맞습니다. 그렇지만 내가 벌을 받는다고 자신이 잘못해 놓은 일이 사라질까요? 이미 따 먹은 선악과를 다시 붙여 놓을 수 있을까요? 그럴 수 없습니다. 오직 정의는 그 피해 본 사람의 용서를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정의는 잘못한 쪽에서 치르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 쪽에서 손해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아담과 하와의 무화과 나뭇잎이 아닌 하느님께서 당신 아드님을 죽여 그 가죽 옷으로 입어야만 정의가 완성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정의는 오로지 우리 죄를 위해 희생하신 하느님의 어린양의 죽음밖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직 주님께서만이 당신 의로움(정의)이신 어린양을 통해서 우리 손을 다시 붙잡아 주실 수 있는 것입니다.

  

“주님인 내가 의로움으로 너를 부르고, 네 손을 붙잡아 주었다. 내가 너를 빚어 만들어, 백성을 위한 계약이 되고, 민족들의 빛이 되게 하였으니, 보지 못하는 눈을 뜨게 하고, 갇힌 이들을 감옥에서, 어둠 속에 앉아 있는 이들을 감방에서 풀어 주기 위함이다.”(이사 42,6-7)

  

우리는 다만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보내시는 천 통의 편지이며 의로움이시고 순교하신 어린양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됩니다. 의롭게 됨은 나의 노력이 아니라 나에게 아드님을 제물로 보내시는 하느님의 선물인 것입니다. 내가 그 선물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혼자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의로움이 나와 한 몸이 되게 됩니다.



                                                                                                                           - 전삼용 요셉 신부님 강론 말씀
  • ?
    인화야~(효주아네스) 2015.03.30 09:23
    아침부터 감동적인 멜로로 가슴이 먹먹해짐이....
    '우리는 다만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보내시는 천 통의 편지이며 의로움이시고 순교하신 어린양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됩니다.'
    성주간을 시작하며 받아들이는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겠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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