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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3 09:44

부활 제 6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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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진리의 영께서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


복음: 요한 16,12-15  


< 선교는 항상 을의 자세로 >



옛날 중국에서의 일입니다. 공자가 몇몇 제자를 거느리고 여행할 때, 잠시 쉬고 있는 사이에 타고 다니던 말이 농가의 밭에 뛰어 들어가 곡식을 먹었기 때문에 밭주인에게 끌려갔습니다.

공자의 제자인 자공이 자원해서 농부를 설득하겠다고 갔으나, 농부는 자공의 말을 탐탁하게 여기지를 않았습니다. 그래서 일행은 매우 난처하게 되었습니다.

이때 공자의 뒤를 따른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어린 사람이 농부를 설득해 보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리고 농부에게, “당신은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를 경작하고 있지 않소. 그러니 이 말로 말하면 당신의 농작물을 먹지 않고서는 배길 도리가 없지 않소?” 하고 말하자, 농부는 빙그레 웃으면서, “설득도 당신과 같이 멋있게 한다면, 이해하지 않고 배길 수가 없겠소. 앞서 왔던 놈과는 다르오.” 하면서 말을 내주었습니다.



만약 누구를 설득하려면 설득을 하려는 사람이 갑이 아니라 설득을 당하는 사람이 갑이 됩니다. 물론 선교를 할 때 우리가 주려고 하는 것은 영원한 생명입니다. 그러나 가지고 있는 것을 적선한다는 식으로 받기 싫으면 관두라는 마음으로의 전교는 주님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오히려 복음을 위해 우리 자신을 낮추는 모습을 보시면 얼마나 고마워하겠습니까? 우리는 파견된 자이기에 갑의 행세를 해서는 안 되지만 역사 안에서 그리스도교가 군대로 강요하고 “좋은 건데 왜 안 받아들이느냐”는 식으로 소위 ‘갑질’을 한 사례는 너무나 많습니다.

집에서 토끼를 키운 적이 있었습니다. 하루 종일 풀을 뜯어서 공급해 주었지만 좀처럼 밥을 주는 사람에게 기쁘게 달려들지는 않습니다. 그저 주는 것을 받아서 먹기만 합니다. 그렇더라도 풀을 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것들은 그저 먹고 싸기만 하지만 그래도 주인이 토끼가 살아있기를 바란다면 주어야만 합니다. 주는 사람이 오히려 을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선교를 해야 하는 대상들도 토끼와 같습니다. 그들이 살기를 바라는 쪽은 우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복음을 받아들이기 전에는 언제든 거부할 수 있는 갑의 위치에 있는 것입니다. 당연히 받아들여야한다는 식의 접근은 그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영영 돌아오지 않는 사람이 되어버리게 만듭니다. 그래서 간디도 “나는 그리스도를 존경한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은 존경하지 않는다.”라고 말하게 된 것입니다. 그가 미사에 갔는데 지금은 백인들 미사시간이니 유색인종 미사시간에 다시 오라고 쫓겨났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늘 독서에서 바오로는 콧대 높은 아테네인들에게 복음을 전합니다. 아테네는 철학자들이 많이 배출되었던 당시 세계에서 가장 지적으로 자존심이 강한 도시였습니다. 그래서 바오로는 곧바로 복음을 전하기보다는 그 도시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그들이 기분 나쁘지 않게 이야기를 할 소재들을 찾습니다. 그러다 찾은 것이 그들 신전에 새겨진 문구였습니다.

“아테네 시민 여러분, 내가 보기에 여러분은 모든 면에서 대단한 종교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가 돌아다니며 여러분의 예배소들을 살펴보다가, ‘알지 못하는 신에게’라고 새겨진 제단도 보았습니다. 여러분이 알지도 못하고 숭배하는 그 대상을 내가 여러분에게 선포하려고 합니다.”

바오로는 일단 ‘모든 면에서 대단한 종교심’이라 말하며 그들의 기분을 우쭐하게 만듭니다. 이것이 설득의 기술입니다. 그 다음에는 문학적 요소들을 찾아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여러분의 시인 가운데 몇 사람이 ‘우리도 그분의 자녀다.’ 하고 말하였듯이, 우리는 그분 안에서 살고 움직이며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야기가 다 끝나고 나서는 본모습을 드러냅니다. 진정한 갑으로서의 당당합니다. 어떤 이들은 비웃고 어떤 이들은 다음에 듣겠다고 계속 자존심을 내세웁니다. 그러나 바오로는 자신의 편에 가담한 몇몇 사람들만을 맞아들이고는 바로 아테네를 떠나 코린토로 갑니다. 이로써 끝까지 거만하게 갑으로 남아 있으려고 했던 이들은 어리둥절하게 됩니다. 자신들이 갑인 줄 알았더니 그것은 설득하기 위해 일부러 갑의 대접을 해 준 것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두 번째 설득입니다. 주는 사람이 아쉬울 것이 없음을 보여주면 그 주려던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더 생기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자들은 막연히 내가 남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 사람들에게 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것을 안다면 뱀처럼 약을 필요도 있습니다. 우리가 선물을 들고 있고 그들이 받기를 원한다면 항상 을의 자리를 지켜야합니다. 그러나 받지 않는다면 다시 갑의 본모습을 드러내면서 결국 그들의 손해라는 것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 전삼용 요셉 신부님 강론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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