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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02 09:46

부활 제4주간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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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복음: 요한 14,7-14
  

< 끈을 놓아야 할 때 >



어느 날 미국 나이아가라 폭포로 향하는 강의 지류에 커다란 얼음덩어리가 떠내려가고 있었습니다. 그 얼음덩어리 위에는 양 한 마리가 얼어붙어 있었습니다. 그때 하늘에서 커다란 독수리 한마리가 쏜살같이 내려와 먹이를 놓치지 않으려고 발톱으로 양을 움켜쥐고는 고기를 뜯어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독수리는 폭포가 점점 가까워오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갈수록 폭포소리가 우렁차게 들리자 독수리는 옆을 한번 쳐다봤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강한 날개를 한번 펴서 창공을 날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마침내 얼음은 폭포에 다다랐고 독수리는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날개만 푸득 거릴 뿐 날아오르지 못했습니다. 양털 깊이 박힌 발톱이 이미 얼음에 얼어붙은 것입니다. 결국 독수리는 양의 사체와 함께 폭포에 떨어져 죽고 말았습니다.



‘때’를 안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 같습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중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사도 바오로의 성격은 매우 칼 같습니다. 유다인들이 바오로가 전하는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방인들에게 가겠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발의 먼지를 털어버립니다. 매몰차게까지 느껴지기도 합니다.

먼지는 본래 인간의 육체를 만들 때 사용한 재료입니다. 하늘과 반대되는 상징이고 하늘에 하느님이 산다면 먼지를 먹으며 사는 동물은 뱀입니다. 즉, 먼지인 육체의 욕망을 따라 살면 뱀의 운명을, 하늘에서 오는 성령의 뜻에 따라 살면 예수님이나 성모님처럼 이 육체를 가지고도 천국에서 살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발의 먼지를 털어버리는 행위는 “너희는 흙에 불과하니 뱀의 운명이 되도록 내버려 두겠다. 그러나 나의 책임은 아니다. 나에게 붙어있었다면 나와 함께 천국으로 갈 수 있었겠지만, 이제 먼지에 불과한 너희들을 털어버리겠다.”라는 무언의 경고인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도 당신이 파견하시는 제자들을 받아들이지 않는 고을이 있다면 옷의 먼지를 털어버리며 경고하고 오라고 가르치십니다. 왠지 하느님께서도 우리들이 끝까지 먼지로 남기를 원한다면 그렇게 매몰차게 털어버리실 것 같아서 두렵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랑과 자비가 상대의 애정을 구걸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합니다. 십자가가 그 자비와 정의를 동시에 드러내는 가장 완전한 상징입니다. 그 십자가 위에서 당신 아드님을 죽게 만드셨다면, 그분은 또한 우리를 그렇게 먼지처럼 털어버리실 수도 있는 분이신 것입니다. 사랑을 알아달라고 질질 끌려 다니는 분이 하느님이 아니십니다. 참 사랑을 한 사람은 아니다 싶으면 바로 돌아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의 애정을 갈구하며 자신에게도 보상을 요구했던 사람들은 아쉬워서 좀처럼 돌아서지 못합니다. 그래서 집착이 되는 것입니다. 사랑엔 집착이 없습니다. 우리가 지옥에 가더라도 가차 없을 것입니다. 바로 떠날 수 있을 만큼 보상을 바라지 않고 사랑했기에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인 것입니다. 우리 또한 삯을 바라며 인간관계를 한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전해주기 위한 목적으로 만났다면 발에 묻은 먼지를 털어버리는 것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때’가 너무 늦거나 너무 일러서는 안 됩니다. 오직 사랑에 충실한 사람만이 그 때를 온전히 알 수 있습니다.

만약 당나귀가 계속 절벽으로 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꼬리라도 잡고 구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계속 잡고 있으면 자신의 힘의 한계를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후에는 놓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꽉 잡고 있지 않았다면 미리 놓아버렸기 때문에 늘 후회하며 살게 될 것입니다. 놓아야 할 때를 안다는 것은 그만큼 최선을 다 했다는 증거입니다. 그렇게 최선을 다 한 사람은 어쩔 수 없는 한계까지 간 것을 자신이 알기에 후회도 없습니다. 그러나 쉽게 놓아버리거나 자신을 망칠 때까지 끝까지 잡고 있는 행위는 자신의 내면적 문제로 균형감각을 잃은 것입니다.



                                                                                                                           - 전삼용 요셉 신부님 강론 말씀
  • ?
    인화야~(효주아네스) 2015.05.02 11:20
    '놓아야 할 때를 안다는 것은 그만큼 최선을 다 했다는 증거입니다.'
    뭘 놓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알 수 있는지;;;
    요즘엔 놓고 싶은게 많습니다.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지혜를 내려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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