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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를 따다 만든 차 있는데
무심으로 차 한 잔 하시지요
문밖 인기척에도 얽매이지 말고
방안 물 끓는 소리에도 얽매이지 말고
눈에 보이는 차 색깔에도 얽매이지 말고
코에 느껴지는 차 향기에도 얽매이지 말고
혀에 닿는 차 맛에도 얽매이지 말고
누구의 찻그릇에도 얽매이지 말고
차 내는 사람에게도 얽매이지 말고
차 마시는 사람에게도 얽매이지 말고
너무 기쁜 것에도 얽매이지 말고
너무 슬픈 것에도 얽매이지 말고
오고 가는 세상사에도 얽매이지 말고
차의 그 순수만 마시면 되지요.
그래도 그냥 차 한 잔 하는 마음 허전하시면
산사의 노승은 찻잔에 차 꽃이나 띄워 마시지요
풍경소리에는 귀 씻어주는 순수가 숨어 있고
차 꽃에는 찻잎 틔우는 순수가 숨어 있을 테니까.
황 청원 님의 산문집 새벽여행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