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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다.


복음: 루카 1,26-38


< 믿음으로 표징 되기 >

1991년 3월 캘리포니아 시에라네바다의 깊은 숲 속에서 길을 잃어버린 한 부부가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 끝내 죽고 말았습니다. 당시 75세의 남편 던켄과 68세의 체이니 부부는 자녀들의 노력 끝에 죽은 지 2개월 뒤인 5월 1일에야 시신으로 발견되었습니다. 그들이 타고 있던 승용차 안에는 기름이 한 방울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차안에서 아내 체이니가 18일 동안 자신의 심경을 적어놓은 노트가 발견되었습니다. 결국 그것이 자녀들에게 남긴 유언이 되고 말았습니다. 다음은 그들이 남긴 글 중 일부가 언론에 공개된 것입니다.

  

1991년 3월 1일 금요일 오전 6시 30분

이 아침 우리는 지금 아름다운 설경에 묻혀 있다. 길을 잘못 들어 눈 속에 묻히는 바람에 어젯밤 여섯 시경부터 눈 속에 갇혀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밤에도 눈이 많이 내려 한 자 높이 정도의 눈이 더 쌓인 채 우리를 덮고 있다. 창문을 열 수가 없다. 손바닥과 무릎에 대고 글을 쓰려니 글씨가 엉망이다. 이해해라, 아이들아!

  

어젯밤에 우리는 찬송과 성경 읽기를 시작하면서 잠깐씩 눈을 붙이며 지새웠다. 두어 시간마다 5분씩 차 엔진을 켜고 히터를 틀어 몸을 녹였다. 우리는 우리 앞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우리는 완벽하게 하느님의 섭리에 모든 것을 맡기고 있는 셈이다.

  

오늘이 3일째다

아직 배고픔은 없다. 장갑 상자에서 작은 젤리 봉지 두개와 껌 하나를 찾아냈다. 나중을 위해 이것들을 잘 두었다. 창문을 열고 눈을 집어 먹고 있다. 직장에 결근해야 하는 문제로 너희 아빠가 조금 걱정하고 있다.

  

3월 6일 수요일

오늘 밤이 일곱 번째의 밤이 된다. 차에 기름이 다 떨어져서 더 이상 히터를 켤 수가 없다.

  

3월 12일

한 모금의 물이, 한 입의 음식이 이렇게 귀한 줄을 다시는 잊지 않게 될 것이다. 몸이 약해져 옴을 느낀다. 우리는 너희 모두를 진정 사랑했다.

  

3월 18일

아빠가 오늘 저녁 7시 30분에 주님 곁으로 가셨다. 모든 것이 몹시 평온하다. 그가 세상을 떠난 것조차 몰랐다.

  

그가 마지막 남긴 말은 주님께 감사하다는 것이다. 나도 곧 그의 뒤를 따를 것으로 생각된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매우 많은데 이제 시간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앞이 잘 안 보인다. 잘 있거라. 너희 모두를 정말 사랑한다.

  

그의 아들 스킵과 딸 제인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머니 체이니를 이렇게 회상했다고 합니다.

“어머니의 어짊과 상냥함은 어머니를 한 번 만난 사람은 누구나 오랫동안 기억합니다.”

  

[출처: 채복기, ‘그대에게, 왜 사느냐고 묻는다면’]

  

이 분의 글 안에는 절망이나 불평이나 두려움이 묻어나지 않습니다. 죽음까지도 하느님의 섭리에 맡기는 마음뿐이고, 오히려 절망적인 상황에서 감사와 찬미와 사랑의 이야기를 합니다. 그저 모든 것이 하느님의 섭리대로 이루어지기만을 바라고 받아들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분들의 이 감사한 죽음을 통해 하느님의 존재가 드러남을 목격하게 됩니다.

  

성모님께서 그런 분이셨습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뜻은 보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하느님의 종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엘리사벳의 말씀대로 성모님의 믿음은 이 세상에 구원의 표징이 되셨습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의 말씀이 그대로 이루어지리라 믿으신 분.”

주님의 말씀, 주님의 뜻이 그대로 이루어지리라 믿고 자신을 맡기는 사람을 통해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납니다. 우리는 이를 ‘표징’이라 부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믿는 이들을 통해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셨습니다. 믿지 못하는 곳에서는 좀처럼 표징을 일으키실 수가 없으셨습니다. 하느님은 당신의 영광을 믿는 사람을 통해 드러내시는 것입니다. 성모님의 믿음이 아니었다면 이 세상에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날 수 없었음을 알아야 합니다.

  

오늘 독서에서 주님께서 아하즈 왕에게 표징을 요구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표징을 요구하는 이들을 위해 당신 친히 위대한 표징을 세우시겠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므로 주님께서 몸소 여러분에게 표징을 주실 것입니다. 보십시오, 젊은 여인이 잉태하여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와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사실 예수님의 이름은 임마누엘이 아닙니다. 임마누엘은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뜻이고, 예수의 이름은 ‘주님께서 구원하신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주님께서 함께 계심을 믿는 것이 곧 구원이 아니겠습니까? 마치 주님께서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죄가 아니겠습니까? 의미상으로는 같은 이름인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믿음으로 당신을 받아들이시는 성모님을 통해 사람이 되셔서 진정 우리와 함께 계시는 분이심을 드러내보여 주셨습니다. 함께 계시겠다는 이름으로 오시겠다고 약속하셨으니 진정 사람이 되셔서 우리 가운데 사셨던 것입니다. 이 모든 표징은 오직 성모님의 믿음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우리가 전선을 통해 전기가 흐른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누군가가 그 전기를 받아들여 자신의 몸으로 흐르게 해야 합니다. 그것이 전구의 필라멘트라고 한다면 그 필라멘트에 전기가 흐를 때 비로소 전기가 흐르고 있음을 빛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영광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영광은 마치 전기처럼 누군가를 통해 흐르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누구도 강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자신을 그 전기에 맡겨서 태워버릴 믿음이 있는 이를 통해서만 세상에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십니다. 우리 또한 성모님처럼 하느님의 말씀이 그대로 이루어지기를 믿으며 우리 자신을 표징의 도구로 내어드릴 수 있어야하겠습니다. 전기는 오직 전구가 있을 때만 유익하듯이, 하느님께서 당신을 이 세상에 드러나게 해 준 이에게는 성모님께 주신 영광을 함께 나누어주실 것입니다.



                                                                                                                           - 전삼용 요셉 신부님 강론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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