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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우리 가운데 하느님 나라



어린 시절 동네 마을 잔치 풍경이 아스라이 떠오릅니다. 혼례식이나 회갑, 칠순 때가 되면 마당에는 큰 천막이 여기저기 쳐지고 멍석이 깔렸습니다. 동네 어머니들과 살림살이들이 총집합되어 음식 장만에 들어갑니다. 마당 한쪽에는 큰 솥이 걸리고 재수 없게 도살된 소나 돼지를 며칠이고 푹 삶습니다.



잔칫날에 되면 동네 사람들은 물론이고 동네 조무래기들, 지나가던 행인들, 걸인들조차 너나할 것 없이 와서 뜨끈한 국밥이며 떡이며 한상씩 받습니다. 없이 살던 시절, 깡통 들고 다니며 구걸하던 사람들이 많았는데, 당시 걸인들에게는 이 동네 저 동네 잔칫날이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왠지 마음이 설레어 잔치가 벌어지기 전부터 담 너머를 기웃기웃하던 동네 잔치, 그 누구라도 와서 원 없이 주린 배를 채우던 동네 잔치를 떠올리며 하느님 나라를 생각합니다.



하느님 나라 과연 어떤 곳인가 묵상해봅니다. 과거 흥겹고 정겹던 동네잔치 분위기 같지 않을까요? 하느님 나라의 우세한 특징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아무래도 풍요로움일 것입니다. 육적인 먹거리뿐만 아니라 영적인 먹거리도 흘러넘치는 곳, 지상에서의 모든 결핍과 제한이 원없이 충족되는 곳, 기쁨도 감사도 흘러넘치는 그런 곳이 하느님 나라가 아닐까요?



더 이상 차별도 없고 더 이상 그 누구도 풍요로움에서 제외되지 않는 곳, 모두가 하느님 은총을 흘러넘치게 받고 또 받는 곳이 하느님 나라일 것입니다.



예수님과 함께 했던 군중들이 바로 일시적이나마 풍요로운 하느님 나라를 앞당겨서 체험했습니다. 예수님의 그 너그럽고 넉넉한 마음에 군중들은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저 군중이 가엾구나. 벌써 사흘 동안이나 내 곁에 머물렀는데 먹을 것이 없으니 말이다. 내가 저들을 굶겨서 집으로 돌려보내면 길에서 쓰러질 것이다. 더구나 저들 가운데에는 먼 데서 온 사람들도 있다.”(마르코 8장 2~3절)



결국 인간의 결핍, 인간의 고통이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와 측은지심을 불러왔습니다. 우리의 부족함, 우리의 한계가 따지고 보면 하느님 은총의 첫 출발점인 것입니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죄, 우리의 나약함, 우리의 상처 때문에 두고두고 괴로워하고 자책하는데, 하느님께서는 바로 우리가 지니고 있는 그 그늘로 인해 우리를 구원하시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 남은 조각을 모았더니 일곱 바구니나 되었다. 사람들은 사천 명가량이었다.”(마르코 8장 8~9절)



하느님 나라, 그리고 메시아로 이 땅에 오신 예수님께서 지니셨던 본성은 바로 풍요로움이었습니다. 그분 가시는 곳 마다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와 은총이 흘러 넘쳤습니다. 모든 이의 소망이 충족되었습니다. 그 누구도 소외되거나 제외되는 일이 없었습니다.



오늘 우리의 교회와 사목 현장을 내려다봅니다. 사천 명의 군중들을 배불리 먹이신 예수님의 그 풍요로움이 재현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젊은 사제 시절의 기억이 새롭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고 열정 하나만으로 이것저것 덤벼들었습니다. 아이들에게 거의 목숨 걸다시피 뛰어들었습니다. 그랬더니 참 좋은 일들이 생겨났습니다. 후원자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이것저것 도와주겠다는 사람들이 넘쳐났습니다. 먹을 거리, 입을 거리, 이런 저런 후원물품들이 산더미처럼 쌓였습니다. 미처 소화해내지 못해 틈만 나면 다른 시설로 보내야했습니다. 삶이 참으로 풍요로웠습니다.



따지고 보니 살레시오 회원으로서 하느님 나라 건설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닌 듯합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헌신하면 할수록 거기서 풍요로운 하느님 나라가 시작됩니다. 내가 주인공이어야 하고 내 위주로 모든 것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편협된 사고에서 공동체와 함께, 동역자들과 함께 아이들과 함께 걷겠다고 마음을 바꾸어먹는 순간 우리 가운데 하느님 나라가 시작됩니다.


                                                                                                        - 살레시오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강론 말씀
  • ?
    인화야~(효주아네스) 2015.02.14 09:02
    '내가 주인공이어야 하고 내 위주로 모든 것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편협된 사고에서 공동체와 함께, 동역자들과 함께 아이'들과 함께 걷겠다고 마음을 바꾸어먹는 순간 우리 가운데 하느님 나라가 시작됩니다.' 라는 말씀...새기겠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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