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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보다 적극적인 의미의 청빈생활



수도자들을 양성시키는 신학원의 책임자로 있을 때였습니다. 처음으로 책임자 직책을 맡은 데다 수도자 양성이라는 막중한 사명감에 대한 부담이 합쳐져 이런 저런 요구들을 참 많이도 했습니다. 말 한마디 해도 신랄하고 날카롭게 하게 되더군요. 부족한 점이 눈에 띄면 가차 없이 지적도 했습니다. 제가 그렇게 처신한 것은 아무래도 후배들이 정말 제대로 된 수도자로 성장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습니다.



그러나 같은 울타리 안에 살아가던 아이들을 만나면 한없이 부드럽게, 끝없이 받아주는 제 이중적인 모습이 형제들의 눈을 거스르게 했던가봅니다. 언젠가 한 형제가 밤에 찾아와 제게 신중히 했던 조언의 요지는 “저희도 사랑받고 싶습니다. 아이들에게 주는 사랑 반만이라도 저희들에게 보여주십시오.”



방한 중에 교황님께서 보이신 행보 가운데서도 그런 측면들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평신도들이나 사회의 약자, 아이들, 청소년들, 가난하고 고통 받고 있는 사람을 만났을 때는 그야말로 한없이 자상하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교황님이셨습니다. 갖은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동료 주교들과 사제들, 수도자들을 만나셨을 때 교황님의 태도나 어조는 사뭇 달랐습니다. 말씀에 날이 서 있었습니다. 때로 섬뜩할 정도로 적나라한 경고성 말씀을 가감 없이 던지셨습니다. 가슴이 철렁할 정도였습니다. 요즘 저희 동료들끼리 농담 삼아 나누는 이야기들이 있을 정도입니다. “사제 생활 그동안 편했는데 교황님 방한하고 나서 많이 힘들어졌다 ㅋㅋㅋ”



방한 기간 중 수도자들과의 만남 시간 때 청빈과 관련된 말씀이 아직도 강한 울림으로 메아리치고 있습니다.



“봉헌 생활에서 청빈은 ‘방벽’이자 ‘어머니’입니다. 봉헌 생활을 지켜 주기에 ‘방벽’이고, 성장하도록 돕고 올바른 길로 이끌기에 ‘어머니’입니다. 청빈 서원을 하지만 부자로 살아가는 봉헌된 수도자들의 위선이 신자들의 영혼에 상처를 입히고 교회를 해칩니다.”



오늘 우리의 청빈생활에 대해서 묵상해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께서는 오늘날로 치면 수도자들이었던 제자들을 향해 청빈생활과 관련된 말씀을 건네십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부자가 하늘나라에 들어가기가 어려울 것이다. 내가 다시 너희에게 말한다.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



입문 과정에 있는 후배 수도자들 바라볼 때 마다 느끼는 것은 고마움입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측은한 마음 금할 수 없습니다. 그 나이 또래들이 하루 온 종일 갖고 노는 스마트폰도 없습니다. 주머니 뒤져봐야 땡전 한 푼 없습니다. 그저 갖고 다니는 것이라곤 묵주와 양심성찰용 작은 수첩 하나 밖에 없습니다.



나름 최대한 청빈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우리들인데...그렇다면 교황님께서 강조하신 ‘부자 수도자들’은 무슨 의미일까? 어떻게 해석해야 될까 생각해봅니다.



청빈에는 소극적인 의미에서의 청빈과 적극적인 의미에서의 청빈이 있는 것 같습니다. 최대한 아끼고 절약하며 사는 것, 검소하고 소박하게 사는 것은 조금은 소극적인 의미에서의 청빈입니다.



그렇다면 적극적인 의미에서의 청빈은 무엇일까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부여하신 다양한 가능성과 장점, 강점이 무엇인지를 찾고, 최대한 개발해서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것, 정말 근사한 청빈생활입니다.



내게 주어진 24시간이란 보물을 효과 있게 구성해서 보다 충만하고 기쁘게 하루를 살아가는 것, 그래서 힘겨워하는 이웃들의 얼굴에 미소를 짓게 하는 것, 얼마나 아름다운 청빈생활이겠습니까?



한평생 게으르게 살지 않는 것, 꾸준히 맡은 일에 충실한 것, 하루하루 보람되게 살아가는 것, 결국 존재 자체로 이웃들에게 선물이 되어주는 일, 존재 자체로 이웃들에게 건강한 삶을 살도록 도와주는 일, 참으로 의미 있는 청빈생활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살레시오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강론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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