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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사랑의 불씨를 다시 지펴주시는 주님  

십자가에 처형되신 예수님께서는 세 번째로 티베리아스 호숫가에서 일곱 제자들에게 나타나셨습니다. 그분께서는 아침이 될 무렵 밤새도록 아무것도 잡지 못한 제자들로 하여금 그물이 찢어지도록 많은 고기를 잡도록 해주시고, 손수 아침을 준비하시어 같이 식사하시며 극진한 사랑을 보여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사랑하시던 제자가 먼저 그분을 알아봅니다(21,7).

티베리아스 호숫가에서 고기를 잡고 있던 일곱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체포되고 돌아가시자 두려움과 좌절에 빠진 나머지 스승을 버리고 도망갔던 이들입니다. 그들은 모든 희망을 걸었던 예수님께서 돌아가시자 예전의 일터로 돌아와 고기를 잡고 있었던 것이지요. 죽음을 넘어서는 빛을 보지 못한 채 밤의 어둠 속에 있었던 그들은 예수님의 ‘숯불 사랑’으로 사랑과 희망의 불씨를 되살리게 됩니다.

예수님의 사랑은 그렇게 제자들을 절망과 당혹감, 좌절감과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나도록 이끈 빛이었습니다. 제자들이 겪었던 이 과정은 내 안에서도 되풀이되곤 합니다. 극심한 고통 중에 하느님의 음성이 들리지 않을 때, 아무에게서도 사랑을 느끼지 못할 때, 사회적 불의 앞에 무기력함을 느낄 때, 믿었던 사람에게서 배신을 당하고 오해를 받을 때 쉽게 내가 원하는 일상에 안주해버리곤 하지요.

참으로 그런 어둠의 순간이야말로 더 깊이 주님을 만나고 체험할 수 있으며, 사랑이신 주님께서 가까이 계심을 믿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런 때에도 주님께서는 사랑으로 다가오시어 내 일상의 그물이 터지도록 풍요롭게 해주시고, 생명을 시작하는 아침밥을 차려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상이 피곤하고 고달플 때일수록 내가 만든 동굴이 아니라 주님을 애타게 찾아야 할 때입니다.

제자들이 아침을 먹은 뒤 예수님께서는 으뜸 사도인 베드로에게 세 번에 걸쳐 ‘나를 사랑하느냐?’고 물으십니다. 첫 번째는 “이들이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나를 사랑하느냐?”(21,15)고 묻습니다. 다른 제자들보다 ‘더’ 사랑하느냐고 물으신 것은 '양들을 쳐야 할' 으뜸 사도로서 지닌 막중한 사랑의 책임을 상기시켜 주신 것이지요.

베드로는 예수님께서 세 차례나 거듭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고 물으시자 슬퍼하며 “주님께서는 모든 것을 아십니다.”(21,17) 하고 대답합니다. 그는 예수님이 체포되시고 난 뒤 세 차례나 그분을 모른다고 부인하며 배신했었지요. 아마도 그는 예수님의 질문에 그 쓰라린 아픔이 다시 떠올랐을 것이고 죄책감과 수치심에 휩싸였을 것입니다.

왜 예수님께서는 그런 베드로의 심정을 너무도 잘 아시면서도 거듭 사랑을 확인하셨을까요? 무엇보다도 사람 낚는 어부가 되고 양들을 치며, 교회의 반석이 되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사랑이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또한 그 질문을 통해 베드로 스스로 자신 안에 있던 죄책감과 수치심을 회피하지 않고 직면함으로써 정화된 사랑을 지니길 바라셨을 것입니다. 거듭 되는 질문은 사랑과 희망의 불씨였던 것입니다.

매순간 나의 어둠과 절망, 실패와 고통, 죽음의 상황, 죄책감과 수치심의 한복판으로 다가오시어 다시 사랑의 불씨를 되살려주시는 주님께 감사드려야겠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지펴주시는 사랑의 모닥불에 나의 고통과 시련, 사회적 불평등과 불의를 올려 희망을 숨쉬는 오늘이길 기도합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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