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나바레테라는 작은 마을 입구에 옷 수선 집이 있었다. 길을 걷다가 가시덤불에 겉옷이 여기저기 찢어졌다. 이를 꿰매려고 그곳 문을 열고 들어섰다. 키가 190센티미터는 족히 될 것 같은 수선 집 주인은 재봉틀 앞에 구부정하게 앉아 내 옷을 깁기 시작했다. 그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좀 지저분하게 기워진 곳에 이런저런 문양을 덧대 주었다. 작은 일감이지만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참 고마웠다. 그런데 막상 수선비를 내려고 하자 손사래 치며 한 푼도 받지 않았다. 산티아고 길을 걷는 순례자에겐 돈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곤 오히려 내게 사과 두 개를 주며 배고플 때 먹으라했다. 그는 눈에 눈믈이 그렁그렁한 채 서 있던 내게 여러 편지와 사진을 보여줬다. 순례자들이 수선 집에서 공짜로 옷을 기워 입고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서 보내온 것들이었다. 특히 한 일본인는 일본어로 쓴 편지를 영어와 스페인어로 번역해서 부쳤다. 모두 수선 집 아저씨한테 감동받은 사연이었다. 아저씨 이름은 훌리안 엘리아스 깔보였다. 나는 두고두고 그의 이름을 기억하기로 마음먹었다.평생을 조그마한 재봉틀 하나 붙들고 살아왔겠지만, 내가 보기에 그는 그야말로 '일상 속의 성인(聖人)' 이었다. 그래서 '산훌리안 엘리아스 깔보' 라고 불러야 마땅할 만큼! 그와 깊은 포옹을 하고 수선 집을 나서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누군가의 찢어진 옷을 아무런 댓가를 바라지 않고 꿰매 준 적 있었던가?'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 中> - 정진홍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 中> - 정진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