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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8 13:22

성모님께 바치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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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성모님
해마다 맞는 5월은
당신의 오심으로 언제나 새롭고
더욱 눈부신 빛으로
바람에 쏟아지는 아카시아 향기
우리네 축복받은 목숨이
신록의 환희로 눈뜨이는 때입니다


거리에 서성이는
외롭고 병들고 가난한 마음들이
어머니의 집으로 돌아오는 계절
당신의 하늘빛 이름을
가슴 깊이 새기며
5월의 수목처럼
오늘은 우리가 이렇게
당신 앞에 서 있습니다


어떠한 말로도 그릴 수 없는
우리들 영혼의 강기슭
손 흔들고 계신 어머니
우리는 모두가 당신께로 가야 할
길 잃은 철새입니다


고향으로 향하는
이 세상 나그네 길
우리가 서로에게 얼마나 고맙고
얼마나 소중한 이웃인가를
뜨거운 숨결로 확인하는 오늘
침묵 속에 떠오르는
신앙의 별빛을 발견하게 해 주십시요


사랑한다 하면서도
아직 다는 사랑하지 못한 마음
바친다고 하면서도
아직 바치지 못한
우리의 마음들을 드리고자 합니다


이승에 사는 우리들이
영원을 넘겨보게
문을 열어 주시는 분
하느님을 뵙기 위해 꼭 디뎌야 할
마리아여 당신은
우리의 징검다리 아니십니까


고통을 소리내어 말하지 않고
눈물을 안으로 감추며
숨어 계신 어머니
당신의 순명과 겸허한 사랑이
예수를 낳았습니다
우리를 구했습니다
당신은 지금도 끊임없이 사랑하는 그 아들을
우리에게 건네 주고 계십니다

시끄럽고 복잡한
시장터 같은 일상사에
잃었던 자신들을 찾기 위하여
조용히 사무치는 말씀의
목소리를 듣기 위하여
우리가 좀더 고독할 줄 알게 해 주십시오


이 세상 누구도 고칠 수 없는
영혼의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
슬픔을 이겨낸 뒤
더욱 아름답고 지고하던
당신의 그 모습을 기리고자 합니다.


흐르고 또 흐르는 세월의 강물에
모든 것이 허망히 떠내려 가도
오직 하나 변치 않을 하늘의 진리
아무도 뺏을 수 없는
은총의 진리를 잃지 아니하고
언제나 당신 앞에 돌아오게 하소서.
결별해야 할 것을 미련없이 떠나보낸
후련한 쓰라림도 감사하게 하소서


예수의 상처로 나음받은 우리가
당신께 드릴 말씀은
사랑한다는 것
우리는 오늘 밤 모든 죄를 씻고
실컷 울어도 좋을
어머니의 분신들
새로이 태어난 별들이고 싶습니다


우리의 믿음이
당신 사랑속에 승천하는 오늘
어머니
받아 주십시오
한국 교회를
그리고 우리를
미쁨의 선물로 받아 주십시오



-이해인 님의 사계절의 기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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