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4주간 수요일

by 인화야~(효주아네스) posted Mar 1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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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아버지께서 죽은 이들을 일으켜 다시 살리시는 것처럼, 아들도 자기가 원하는 이들을 다시 살린다.


복음: 요한 5,17-30


< "여인이 제 젖먹이를 잊을 수 있느냐?" >

어느 심장병 환자의 고백입니다.

“수술 받기 전 날 간호사가 나를 찾아왔다. 간호사는 상냥하게 나의 손을 잡고서 나에게 자기 손을 꽉 잡아보라고 시켰다. 그리고 말했다.

‘내일 수술을 받으시는 동안 당신의 몸에서 심장이 분리되고 오직 기계의 도움에 의하여 생명이 유지될 것입니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심장은 새롭게 연결되어 정상적인 기능을 발휘합니다. 그 다음 당신은 회복실로 옮겨질 것이고 그곳에서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의식은 깨어납니다. 의식이 깨어난 후에도 여섯 시간 동안은 전혀 움직일 수 없습니다. 볼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으며 심지어는 손끝하나 움직이지 못할 것입니다. 바로 그때 나는 당신 곁에서 지금과 같이 손을 잡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언제 닥칠지 모르는 모든 위험을 일일이 점검하고 기록하면서 필요한 조치를 완벽하게 해 줄 것입니다. 그때 당신은 내가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느끼게 될 것입니다.’

다음날 내 운명이 결정되는 수술이 진행되었고 이어서 담당 간호사가 말한 대로 모든 일이 진행되었다. 그때 나는 내 손을 붙들고 나와 함께 하고 있는 간호사의 손길을 확인하면서 이루 형용할 수 없는 안도감(安堵感)과 위로(慰勞)를 얻었고 아울러 삶에 대한 확신을 지닐 수 있었다.’

  

저도 수술을 하러 이동 침대에 실려 이리저리 옮겨진 기억이 납니다. 수술실로 들어가기 직전까지 함께 있어준 가족들, 또 그동안 나를 만나왔던 친근한 의사, 편안하게 안심시켜주는 간호사의 목소리 등이 전신마취에 들어가는 중에도 마음을 놓을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전신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누군가 함께 있어주면 죽음조차도 별거 아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지기 전에는 이들이 최대한 나를 지켜줄 것임을 믿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목숨을 걸고 나를 지켜줄 사람들이 주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시 깨어나지 못할 두려움 같은 것은 더 이상 두려움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를 지켜주시는 하느님께서 바로 옆에 항상 계시겠다고 약속하셨는데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이번 사순에 세월호 희생자들이 있는 성당에 가서 특강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전재용 선장에 대한 동영상을 보여주었는데 한 희생자 학생의 어머니가 많이 우셨다고 합니다. 이 동영상은 전재용 선장이 다 죽어가는 베트남 보트피플 96명을 구조하는 내용으로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바다가 나오고 배만 나와도 어머니는 가슴에서 눈물이 솟구치는 것입니다. 어떤 어머니가 그런 동영상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다시 기회만 주어진다면 당신 자신이 물속에라도 뛰어들 마음일 것입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당신 마음을 이렇게 전해주십니다.

“그런데 시온은 ‘주님께서 나를 버리셨다. 나의 주님께서 나를 잊으셨다.’ 하고 말하였지. 여인이 제 젖먹이를 잊을 수 있느냐? 제 몸에서 난 아기를 가엾이 여기지 않을 수 있느냐? 설령 여인들은 잊는다 하더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않는다.”

하느님은 부모님의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을 지니셨기에 어떠한 어려움에서도 버림받았다는 마음은 갖지 말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힘을 가지라고 하시는 말씀입니다. 이사야는 우리에게 오실 메시아를 “부러진 갈대도 꺾지 않고 꺼져가는 심지도 끄지 않으시는 분”(이사 42,3)이라고 예언합니다. 희망할 수 없는 지옥문 안으로 확실히 들어가지만 않았다면 하느님은 끝까지 나에게 손을 뻗고 계실 것입니다. 희망만 잃지 않는다면 하느님은 절대 실망시키지 않으시는 분입니다. 그분은 세상 끝날까지 우리와 언제나 함께 계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이 말씀을 굳게 믿고 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삶은 천국과 지옥의 차이일 것입니다.


                                                                                                          
                                                                                                                           - 전삼용 요셉 신부님 강론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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