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낮추어 하느님과 이웃을 섬기는 신앙 ♣

by 엔젤 posted May 1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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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연중 7주간 화요일  마르 9,30-37(16.5.17)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어야 한다.”(마르 9,35)

성숙한 신앙생활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오늘 성서의 말씀들을 통하여 성숙한 신앙생활을 위한 기초와 세 가지 기준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성숙한 신앙의 첫 번째 기준은 말에 관한 것입니다. 아무리 기도를 열심히 하고 봉사활동을 많이 한다 해도 혀를 함부로 다룬다면 ‘신앙의 미숙아’라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성숙한 사람은 자신의 혀를 절제할 줄 알며 자신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말을 해야 할 때와 들어야 할 때를 잘 분간하고, 다른 이들을 헐뜯지 않으며, 남을 칭찬하고 서로를 살맛나게 만드는 그런 말을 하는 이가 성숙한 사람입니다.

성숙한 신앙의 두 번째 기준은 시련을 받아들이는 태도입니다. 부활신앙은 하느님께서 예수님을 통하여 우리에게 주신 영원한 기쁨의 선물입니다. 그러나 이 신적 기쁨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마르코 복음에 나오는 세 차례의 주님 수난 예고는 예수께서 갈릴래아를 떠나 예루살렘으로 향하시면서 시작된 세 번에 걸친 예수님의 제자교육입니다.

그런데 제자들은 수난예고의 말씀을 듣고도 ‘주님께서 수난하시고 죽으셨다가 부활하시리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들은 수난 없는 부활, 시련 없는 행복과 기쁨만을 꿈꾸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칼릴 지브란이 ‘예언자’란 책에서 말하듯 ‘기쁨과 슬픔은 한 손의 양면’과 같습니다. 우리의 신앙도 성숙되려면 고통과 시련, 나의 한계와 약점 등을 회피하기보다는 기꺼이 끌어안아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수난예고를 하고 계시는데, 제자들은 한심하게도 누가 가장 높은지에 대하여 말다툼을 합니다. 우리 자신에게서도 이런 모습을 볼 때가 있습니다. 제 뜻대로 뭔가가 이루어지는 듯하면 주님께 감사드리며 기뻐하다가도 삶의 위기와 시련이 닥치면 그 안에 담긴 하느님의 뜻을 알아차리려 하기보다는 불평하거나 거부하기도 하지요. 말은 주님 뜻대로 하소서라고 하면서 내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성숙한 신앙의 기준은 순수한 마음으로 이웃을 위하여 자신의 내놓는 삶을 사는데 있습니다. 주님 친히 말씀하십니다.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준 것이 곧 나에게 해 준 것이다. 누구든지 내 이름으로 이런 어린이 하나를 받아들이면 곧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9,37).

이렇듯 성숙한 신앙은 자기 유익만 구하지 않고, 주님 때문에 순수한 마음으로 다른 이의 삶에 파고들어 그들의 아픔과 어려움을 함께 할 줄 압니다. 바오로 사도가 말하듯 함께 기뻐해 주고 함께 울어주는 그런 사랑이 바로 성숙한 신앙의 표지입니다. 순수한 사랑과 봉사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며 그 업적을 그 누구에게서도 인정받고자 하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첫째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꼴찌가 되어 모든 사람을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9,35) 그렇습니다! 우리의 신원은 ‘섬기는 사람'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정체성에 대한 확고한 인식과 순수한 사랑으로 고통을 겪어내고 서로를 섬기는 좀 더 성숙한 신앙인이 되도록 힘써야겠습니다. 여기에 우리의 행복이 있습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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