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과 언어

by 엔젤 posted Feb 2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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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은 언어로 가득 채워진 풍요로운 세계이다.
침묵은 단지 언어의 포기가 아니라 잘 말하기 위한 조건이다.

말이 끝나면 침묵이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틀린 생각인지도 모른다.

침묵은 처음부터 무수한 언어를 지니고 있는 까닭이다.

언어가 우리를 위해 있는 것처럼
침묵도 우리를 위해 필요한 것이다.

침묵 안에서 우리는 비로소 말하기 시작한다.
침묵 안에서 우리는 비로소 언어의 명료한 의미를 알아듣게 된다.

우리의 언어는 소리와 의미가 구별되지만
침묵은 하나의 언어를 지닌다.

우리는 잡다한 소음들이 그칠 때
침묵이 우리의 것이 될 수 있을 때
비로소 이 세상과 삶과 질병과 고통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한스 발호프, 1977, 성바오로 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