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고통

by akxlfek posted Nov 15,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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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남해(남해군)에서 부산으로 가기 위해서는 4시 10분 새벽차를 타야 했습니다. 겨울의 새벽은 어둡기도 하지만 춥기도 해 정말로 일어나기 싫었습니다. 더구나 이 따뜻한 고향의 아랫목을 두고 객지로 떠나는 것이 싫어 달콤한 잠에 끝없이 빠져들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께서는 3시쯤에 일어나 불도 켜지 않은 채 주섬주섬 이것저것 챙기셨습니다. 줄 것이란 마음밖에 없지만 그 마음을 챙기느라 잠을 이루지 못하셨습니다.
길 끝 가천마을에서 출발한 버스가 전조등을 앞세우고 고개를 넘어올 때야 나는 일어나 달렸지만, 어머니는 이미 정류소에 도착해 계십니다. 만약 내가 늦으면 어머니는 내가 올 때까지 버스를 잡고 있을 요량입니다.
나는 힘들 때면 그 새벽을 떠올립니다. 귀찮기는 하지만 두려움 없이 새벽을 향해 달렸던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릅니다. 나는 지금 그것으로 살고 있습니다.
사랑과 고통은 저축과 같습니다. 나중에 다 찾아 먹습니다, 하나 남김없이.

글ㆍ정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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